대한민국 최서남단 섬, 그곳에 가다 ‘가거도’

22-10-05 by K웰니스뉴스

대한민국 최서남단 섬, 그곳에 가다 ‘가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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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관광공사 



봄 치고는 연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 무렵의 갑갑한 빌딩숲은 심신을 더 지치게 한다. 어디 아무도 찾지 않는 섬으로 훌훌 떠나고 싶다. 먼 섬일수록 더 좋겠다. 한 사나흘 파도소리를 들으며 귀나 씻고 싶다. 이런 분들께 가거도를 추천해드린다. 우리나라 최서남단 섬으로 동경 125도 07분, 북위 34도 21분에 자리했다.


가거도는 멀다.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36km, 흑산도에서 남서쪽으로 65km 떨어져 있다. 쾌속선으로 4시간 30분이 걸리는 까닭에 큰 맘 먹지 않고는 찾기 힘든 곳이다. 가거도에 가는 것만 꼬박 하루를 잡아야 할 정도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거도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워낙 먼 곳이라 낚시꾼들이 알음알음 찾아들어가는 섬이었지만 요즘은 여행객들도 찾아들고 있다.


가거도는 대한민국 최서남단에 자리한 섬이다 가거도는 중국과도 가깝다. 435km 떨어져 있다. 새벽이면 중국에서 닭이 홰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는 옛말도 있다. 30여 년 전만 해도 중국 배가 무시로 드나들고, 가거도 주민들도 중국어 한두 마디쯤은 했다고 한다. 지금도 폭풍이 불면 중국 어선의 피항지 노릇을 하고 있다.


가거도는 작은 섬이다. 길이 7km, 폭 1.7km밖에 되지 않는다. 섬 가운데에 독실산(639m)이 우뚝 솟아 있는데, 이 산을 중심으로 22km에 달하는 해안선이 병풍처럼 이어진다. 독실산은 신안군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자리한 산들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러니까 가거도는 하나의 섬이라기보다는 바다에 솟은 산이라고 보면 된다. 섬 전체를 통틀어 봐도 평지가 거의 없고 온통 가파른 산지뿐이다. 가거도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배를 정박하기 힘들 만큼 험한 지형이다.


그럼에도 이 섬에는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가거도 등대 옆 선사 유적지에서는 패총(조개무지)과 함께 돌도끼, 돌바늘, 토기 파편 등 신석기 유물이 발굴됐다. 신라시대에는 당나라를 오가던 무역선들이 중국 땅과 가까운 이 섬을 중간 기항지로 삼았다. 

가거도에 사람이 본격적으로 살게 된 것은 1800년 무렵, 나주 임씨가 건너오면서부터.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가가도(可佳島)로, 《여지도서》에는 가가도(佳嘉島)로, <해동지도>와 <제주삼현도>에는 가가도(家假島)로 표기되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히 살 만한 섬'이라는 뜻의 가거도(可居島)라고 부른 것은 1896년부터라고 전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소흑산도(小黑山島)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행정구역을 정비하면서 흑산도와 비교해 작은 섬이라 하여 이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저항시인 조태일은 그의 시 <가거도>에서 "너무 멀고 험해서 / 오히려 바다 같지 않은 / 거기 / 있는지조차 / 없는지조차 모르던 섬 // 쓸 만한 인물들을 역정 내며 / 유배 보내기 즐겼던 그때 높으신 분들도 / 이곳까지는 / 차마 생각 못했던, // 그러나 우리 한민족 무지렁이들은 / 가고, 보이니까 가고, 보이니까 또 가서 / 마침내 살 만한 곳이라고 / 파도로 성 쌓아 / 대대로 지켜오며 / 후박나무 그늘 아래서 /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 당할아버지까지 한데 어우러져 / 보라는 듯이 살아오는 땅"이라고 가거도를 노래했다.

가거도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것이다. 가거도에는 버스도 없고 택시도 없다. 민박집 소형 트럭이나 가끔 얻어 탈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섬을 느긋하게 걷다 보면 가거도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가거도. 수평선 너머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히 해준다.



이우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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